이경숙의 한 마디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은 <도덕경>을 텍스트로 하고 노자가 주인공인 노자의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텍스트는 어디까지나 <노자와 21세기>라는 책이며, 주인공은 도올이며 주제는 노자의 철학이 어떠하냐가 아니고 도올의 강의가 어떠한 것이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노자를 웃긴 남자>는 결코 노자 철학에 대한 해설서가 아니다. 도올의 TV강의 '알기 쉬운 동양 고전'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고 그 강의의 텍스토로 사용된 <노자와 21세기>라는 책에 대한 분석집이다...
<노자를 웃긴 남자>라는 책의 성격이 그렇다 보니 글의 수준과 글투가 강의의 수준에 맞추어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게 어떤 독자들에게는 다소 거부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여론을 존중하고 독자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후편에서는 언어순화 및 주인공에 대한 대접을 최대한 격상하려고 애를 썼다.
<책소개>
"도올은 전 국민이 보는 TV에 나와서 고전강의를 한 것이 아니라 삼류 개그쇼를 한판 때린 거다. 개그쇼라는 게 사람들을 웃겨보자는 거라고 볼 때 우리는 웃어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지금부터 난다긴다하는 개그맨보다 더 골때리는 도올의 명 개그쇼를 감상하며 웃어보자"
1권의 첫 문장부터, 저자는 무척이나 도전적이다. 그리고 이 같은 문체와 논조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계속된다. <노자와 21세기>에 나오는 '도올식 노자 해석'이 무척이나 불만스러웠던 저자는 그가 첫 문장부터 오역으로 시작해 <도덕경>의 마지막 구절까지 옳게 번역한 부분이 단 한군데도 없다고 말한다.
도덕경 제1장 첫 문장을 한번 보자. 도의 의미를 설명하는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이란 구절에서 도올은 도를 단지 '길(way)'이라고 설명하지만, 저자는 이를 '깨달음' '섭리' '법칙' 등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도올의 <도덕경> 해석은 '道'의 기본적인 개념조차 잘못 되어 있기에 전체 내용이 '엉터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렇게 시작한 저자의 도올 비판은 1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덕경>의 1장부터 10장까지를 다룬 1권에 이어 11장부터 20장까지를 다룬 2권 또한, '도올식 노자 해석'의 허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2권에서는 1권에 등장했던 반말투의 문장과 거친 표현들이 다소 누그러 들긴 했지만, 신랄하고 날카로운 비판은 여전하다.
<도덕경>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도올의 <노자와 21세기>를 반박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저자는, 앞으로 <도덕경> 81장에 대한 학술적인 해설서를 낼 계획이라고.